이생각저생각/들어둘만한 것들

비웃기 심리학

리챠드기우 2011. 6. 8. 18:06

 

비웃기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善이며 지존의 경지이다 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이 어처구니없어 픽 비웃었다면 그 웃음은 그대의 善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역시 또 말빨을 꼬았다고 한 번 더 비웃을라치면 그대는 비로소 지존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비웃기의 시공간은 어디인가. 어느 틈에서 우리는 비웃어야 하는가. 왜 비웃어야만 하는가. 비웃기는 절대 정당한가. 비웃기가 비하의 제스쳐는 아닌가.

 

너가 나를 화나게 했으므로 나는 네게 화를 낸다. 이 설정은 제 정신 건강을 갉아먹는 송충이를 제 머릿 속에 집어넣는 일이다. 그러므로 너가 나를 화내게 했지만 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면 이 설정 또한 마른 오징어를 씹지도 않고 위장에 밀어처넣는 일이다. 홧병이다.

 

네게 화를 내지도 않고 내 안에 담아 속병을 앓지도 않을 방법은 바로 헛헛한 비웃음이다. 오홍 그러셔? 하며  무안하지 않도록 보일듯 말듯 픽 웃어주고 돌아서는 것이다. 어이가 없으니 화를 낼 것도 없고 속에 담을 꺼리도 되지 못하니 그냥 풉 웃어주고 마는 일이다.

 

한 번 비웃을 수 있으면 심신에 평화를 얻게 되고, 두 번 비웃으면 천지를 얻는다. 비웃기는 내가 너보다 한 수 위임을 제 홀로 선언하는 일이다. 비웃기도 웃음이다. 마음으로는 조소를 보낼지언 입가에는 순진무구한 미소가 뜨는 웃음이다. 결코 예의에 벗어나지 않다.

 

비웃기는 냉소와 비슷하다. 차가운 미소, 미소가 차가운 것은 이유같지 않은 이유일 것이므로 그냥 가소롭게 웃어주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냉소는 소극적 무관심의 표현이지만 비웃기는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애틋한 마음도 동행한다는 점이다.

 

꽃에 있어 비웃기란 외래 식물이 잡초 속에 몰래 피어있을 때를 말하며 사랑에 있어 비웃기란 식어가는 사랑을 변명할 때이며 섹스에 있어 비웃기란 욕정을 욕망으로 치장할 때이며 삶에 있어 비웃기란 넘어설 수 없는 선 앞에 서 있는 자신과 그 너머를 위해 안타까움으로 한 번 웃어주는 웃음이다.

 

알렉산더가 칼질 한 번으로 매듭을 풀어버렸듯이 그대도 비웃음 한 번으로 가슴에 얽힌 사연들을 해체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