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바이크/Riding

[전국투어후기] 1300Km 국도여행

리챠드기우 2007. 10. 5. 13:09

 

 

250cc바이크를 가지고 있었을때 서울외곽을 둘러보는 정도로 만족하다가 650cc로 업그레이드를 하고나서 혼자 떠나는 목적지가 점차 멀어지곤 했다.

250cc에 비해 650cc로는 장거리가 그다지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탓인지 작년에 서울-광양 투어를 다녀오면서 이전부터 소망했던 장거리솔로투어를 실행에 옮기기로 맘먹게 되었다.

 

토요일을 포함하여 5일간의 지난 추석연휴에 그동안 맘 먹어왔던 여행을 다녀왔다.

자그마한 탱크백에 간단한 옷가지와 세면도구, 도난방지열쇠 그리고 내비게이션을 준비하여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집에서 토요일아침 일찍 출발하였다
.

내비게이션은 콩나물닷컴의 지도가 탑재된 콩나비(www.congnavi.com)의 블라우풍트내비게이션(독일)에서 '고속도로회피'로 탐색설정해 두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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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천안->논산->전주->구례->하동->광양 (8시간)

천안쯤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 시야확보가 어렵고 비 맞기 싫어서 휴게소에 들려 쉬는 시간이 잦았다.

비에 젖어 휴게소에 들어설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다.

마치 외국인을 보는 듯한 표정들.. 하지만 이것도 여러 번 겪으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전주에 도착하니 언제 비가 왔냐는듯 햇�이 비친다. 비 맞고 햇빛에 말리니 꼴이 말이 아니다
.
전주에서 유명한 비빔밥집에 들러 전주비빔밥을 주문했다. 신선한 육회가 듬뿍 올라간 비빔밥에 잣과 여러가지 나물이 향기롭다
.
고소한 깨죽과 짙은 향의 도토리묵, 산내음이 가득한 더덕구이까지.. 밑반찬이 참으로 예사롭지 않다
.
광양에 도착하는 동안 강을 끼고 달리는 구례/하동의 깨끗한 도로와 맑은 공기가 피로를 풀어주었다.

하동강 건너편에 할리그룹의 배기음이 들린다. 세어보니 대략 10.. 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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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진주->마산->진해->부산 (6시간)

마산으로 가는길에 비가 엄청 �아부었다. 짜증이 날 정도.. 연휴내내 청명한 하늘이라고 예보한 기상청이 미워졌다.
휴게소에서 1시간쯤 쉬었다. 내비게이션 충전해 놓고선 휴게소에 앉아서 물안개 일으키고 달리는 자동차들만 쳐다보고 있었다
.
부산에 도착했지만 괴정사거리부터 엄청나게 정체가 되었다. 거의 1시간 가까이 길에서 서 있었다. 비는 계속 부슬부슬 내리고..

막혔지만 차사이나 갓길주행은 자제하였다. 피곤하기도했고 다 와서는 조심하는게 상책일 듯 싶었다.
부산시내에 진입하니 어두워지는데다 길을 모르니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차들은 막히고 비까지 내려서 최악이었지만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헤메지않고 부모님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부산시내에는 길이 복잡하고 고속화도로(전용도로)가 많아서 지리를 모르는 라이더는 고생할만 하다
.


24
(): 부모님집에서 하루 휴식

이륜차라면 자전거부터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이 내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혀하시는 얼굴이 역력했다.

걱정하실까봐 자가용으로 간다고 했었는데 도착하고나니 속일수가 없었다.

어이없어 하시면서도 다시 올라갈 일을 미리 걱정하고 계신다.

하지만 이젠 나이도 들 만큼 든 늙어(?)가는 아들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믿어주시는듯 싶다.

이날은 내 생일이라 어머님이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오랜만에 먹을수 있었고 미역국을 먹는 내내 졸리움으로 눈이 감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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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울산->경주->포항->영덕->울진->삼척 (6시간)

당초 계획으로는 부산->대구->이화령 쪽으로 가려했는데 낙동강인근부터 귀경길에 오른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막혀있었다.
계획을 바꾸어 동해쪽으로 출발..(지금 생각하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동래범어사 인근에서 또 기나긴 정체.. 주유소에서 물어보니 근처에 공원이 있어서 성묘객으로 붐빈다고 한다
.
포항까지 가는 도중에 가끔씩 서행되었다. 역시 추석당일인지 국도에도 차량이 많다
.
이러다간 너무 늦어질것 같아서 가끔 갓길로 주행하여 추월하였지만 신경이 쓰이는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갓길의 못조각..

울진까지 가는 동안에 우측에 바닷가와 해수욕장이 계속 보였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바이크 세워두고 해변에 앉아있고 싶었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삼척에 도착하기로 계획되어 있어서 아깝지만 스로틀을 감았다.

역시 해안 바닷가에 한눈이 팔렸던 탓일까.. 울진 가까이 왔을 때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울진에서 삼척가는 길은 굴곡이 심하게 산을 넘어가는데다 어두워져서 정신을 바짝차리고 달렸는데 거의 ''자 코스가 많고 곳곳에 보이는 대형사고발생구간 표지판이 나를 위협한다
.
가다가 전용도로를 만났는데 밤인데다 다른 길로 찾아가기도 싫어서 그냥 지나가기로 하였다. 삼척에 거의 다와서 2Km전방에 검문소(과적/통행제한차량단속)가 있다는 표지판을 보고서 근덕면으로 빠져나왔다가 2Km쯤 지나서 다시 전용도로로 올라갔다. (혹시 울진에서 삼척가시는 분은 기억해 두시기 바람
)
삼척에 도착하여 마린데크라는 해안절벽에 위치한 카페에서 파도가 바위에 산산히 부서지는 마치 엄청난 맥주거품을 보는듯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
아무것도 모르는 삼척의 지리지만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이곳저곳 해안가를 둘러볼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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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강릉->속초->미시령터널->인제->홍천->양평->하남시->서울 (5시간)

속초에서 섭죽(자연산 홍합조개로 만든 죽)을 먹었다. 평소 먹고싶었지만 서울에선 구경하기도 힘든 음식이라 망설임없이 주문했다.
2
인분만큼 양이 많았지만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고소하고 바닷내음이 물씬 풍기는 섭의 맛이 일품이다
.
그동안 라이더를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속초에 오니 바이크가 많다. 수십대가 대포항 근처에 세워져있기도하고 여기저기 지나가며 나에게 손을 흔든다
.
미시령터널을 지나면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미시령터널이 완공되고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되면서 많은 항의를 받았는데 나도 강원도청에 민원으로 항의한 적이 있다
.
결국 많은 라이더들의 단합으로 미시령터널이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제외되었고 그 성과로 이렇게 떳떳하고 안전하게 터널을 지나니 흐뭇한건 당연하다
.
하지만 곧 안타까운 광경을 보았으니
..
통행도 원할하고 다들 9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도 대형바이크들(골드윙,BMW,레플리카 등)이 마구 차량사이를 헤집고 고속으로 달리고 있었다
.
바이크를 타고 있는 나도 사륜차 운전자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
많은 라이더들이 힘을 모아서 자동차전용도로를 해지시키고 자유롭게 통행하게 하였는데 일부 라이더들이 이렇게 횡포를 부리면 우리들의 공로는 색이 바래질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갑자기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끼어있다.

자세히 보니 먹구름이 아니라 여기저기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들..

사방에 고기굽는 냄새가 배고픈 나를 자극한다.

홍천화로구이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굴뚝에서 �아지는 시커먼 연기를 보니 고기를 굽는게 아니라 태우고 있는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홍천을 지나고 양평터널들을 지나면서 지금까지 여행하는 동안 겪었던 시간들이 맘속에서 정리되었다.

 

 

서울-경기-충청-전라-경상-강원을 두루 거쳐보는 일은 시간이 남아서도 아니고 여유가 있어서도 아니다.

나는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것이 마치 스스로 뛰어가는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바이크에 올라탄채 아스팔트위를 달리면 몸에 와 닿는 바람과 진동에 심장까지 두근거린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코스와 아찔한 순간까지 라이더의 모습으로 있다가 낯선곳에서 밤과 낮을 겪으면서 더위와 추위까지 견디면 비로소 여행자의 심정으로 돌아간다.

 

모터바이크와 나 그리고 그동안 거쳐간 시간과 공간들.. 사람들.. 1300Km를 달리는 동안 흙 한 줌 공기 한 모금 조차 매번 달랐고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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