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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륜차 고속도로 통행제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

리챠드기우 2007. 3. 13. 09:32

3월 11일 고 박현수님의 추도식을 마치고 사고현장까지는 가 보았지만, 그 날 오후 3시에 신공항고속도로 진입 건에 대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서 장지까지의 추모 투어에는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권달술 교수님, 뺑뺑이님, 등대와 바다님 그리고 제가 조사를 위해서 인천으로 이동하였는데, 10여명의 라이더들이 동행해 주셔서 매우 든든했습니다. 조사투어에 참여해 주신 라이더님들께 깊히 감사드립니다.

 

어차피 경찰조서는 언제, 어디서, 어떤 위반행위를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고, 고속도로에 들어간 이유는 그다지 (기소하는데)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제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글을 작성하여 담당 형사에게 제출했습니다.

 

참고로, 이 글의 중간부분에는 제가 헌법재판관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를 그대로 썼습니다. 그래서 읽으시다보면 전에 접했던 내용도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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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제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

 

2007. 3. 1. 16:00경 도로교통법 제63조를 위반한 사실로 조사를 받게 된 권달술 외 3명은 형사소추가 시작됨에 있어,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도로교통법과 그 법의 위헌성 여부를 가려달라는 요구를 기각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제2의 헌법재판을 위한 우리의 뜻을 수사기관과 법원 그리고 모든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도로교통법에서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2. "자동차전용도로"라 함은 자동차만이 다닐 수 있도록 설치된 도로를 말한다.

3. "고속도로"라 함은 자동차의 고속교통에만 사용하기 위하여 지정된 도로를 말한다.

그러면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자동차’의 정의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2조 제17호를 보겠습니다.

17. "자동차"라 함은 철길이나 가설된 선에 의하지 아니하고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되는 차(견인되는 자동차도 자동차의 일부로 본다)로서 다음의 각 목의 차를 말한다.

가. 「자동차관리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한 다음의 자동차. 다만,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제외한다.

1)승용자동차 2)승합자동차 3)화물자동차 4)특수자동차 5)이륜자동차

나.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건설기계

여기에서 우리는 이륜자동차가 자동차로 규정되어 있음과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자동차에서 제외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제외된 원동기장치자전거가 무엇인지 제18호를 보겠습니다.

18. "원동기장치자전거"라 함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차를 말한다.

가. 「자동차관리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시시 이하의 이륜자동차

나. 배기량 50시시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

 

위와 같은 용어의 정의를 종합해 보면 125시시를 초과하는 이륜자동차는 도로를 운행함에 있어 자동차의 지위를 가지며, 당연히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통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 제63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제63조 (통행 등의 금지) 자동차(이륜자동차는 긴급자동차에 한한다) 외의 차마의 운전자 또는 보행자는 고속도로 등을 통행하거나 횡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63조의 괄호 안에 들어 있는 단서에 의하여 이륜자동차가 고속도로 등에 통행할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제63조 괄호 안의 단서를 제거하면 원래의 입법취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제63조 (통행 등의 금지) 자동차 외의 차마의 운전자 또는 보행자는 고속도로 등을 통행하거나 횡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렇습니다. 제63조는 애초에 보행자가 고속도로를 횡단하거나, 자전거나 우마차 같이 자동차가 아닌 차마가 고속도로 등에 통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그런데 괄호 안의 단서규정을 넣어서 이륜자동차를 다른 자동차와 차별하여 통행을 규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은 이와 같은 악법에 대하여 청와대와 관계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여 법의 개정을 요구해 왔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였으며, 도로교통법 제63조의 단서조항이 이륜자동차 운전자를 차별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007년 1월 17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륜자동차가 안전하지 않은 교통수단이므로 고속도로 통행제한이 적절하고, 고속도로 등에 통행할 수 없다 해도 우회도로가 있으므로 불편이 크지 않다”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기각하였습니다.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막연히 위험하다는 이유로, 막연히 불편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차별을 정당화 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문에 따르면 “이륜차는 운전자가 외부에 노출되는 구조로 인하여 가벼운 충격만 받아도 운전자가 차체로부터 분리되기 쉽다.... (중략) ... 그로 인하여 일반 자동차의 고속 주행과 안전까지 저해할 우려가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위험하므로 고속도로에 들어가서는 아니 된다는 견해이며, 언뜻 보면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적시된 막연한 위험이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장애인의 안전을 확보하고 일반인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지하철에 장애인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차별에는 나름대로 정당하다는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과거 미국의 백인들 중에서 “흑인의 범죄율이 높기 때문에 내 가게에서 술을 마시게 할 수 없다”라면서 흑인을 내쫓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국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장면인데, 지금도 백인보다 흑인의 범죄율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흑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크다는 사실이 참이라고 해도 모든 흑인에 대하여 자신의 술집에 출입하지 못하게 한다면 인종차별입니다. 마찬가지로 사고가 났을 때 이륜자동차의 부상정도나 사망률이 높은 것이 참이라고 해도 그것을 근거로 모든 이륜자동차에 대하여 고속도로 출입을 금지하는 것 또한 차별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종차별과 이륜차에 대한 차별은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륜차 차별은 이륜차라는 무생물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하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니 인종차별과 다르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문에서처럼 사고를 전제로 고속도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 옳다면, 그것을 모든 차종에 대하여 똑같이 적용해야 적어도 차별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례로 대형화물차가 사고가 난다고 전제해 보겠습니다. 대형화물차의 운전부주의로 인하여 수십 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형화물차가 고속버스를 충돌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기도 합니다. 반면에 이륜차의 과실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의 대부분은 이륜차를 탄 사람들로 국한됩니다. 이륜차가 들이받아서 승합차의 승객 중 다수가 죽었다는 사고 사례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고를 전제로 한다면 고속도로에서 이륜자동차보다 대형화물차의 통행을 제한해야 맞습니다. 다른 자동차는 사고를 전제하지 않고 출입을 허용하면서 이륜자동차만큼은 사고를 전제로 출입을 제한한다면, 그것도 편견에서 출발한 차별이며 이륜차 운전자들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또한 기각 결정문에는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의 경우 “당해 구간을 연락하는 일반교통용의 다른 도로가 있는 경우에 지정”하고 있으므로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출입할 수 없다고 해도 이륜자동차의 불편이 크지 않다는 문구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헌법재판관들이 경험하지 않아서 무지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모든 이륜자동차는 장거리 운행을 목적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은 주거지를 벗어나 전국 어디든지 여행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보고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갑자기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이 나타납니다. 단지 몇 km의 전용도로를 우회하기 위해서 수십 km 이상의 지방도로를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 지역의 도로 사정을 잘 알아야 가능합니다. 잘못하면 길을 잃고 헤매다 엉뚱한 국도가 나타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몇 분이면 통과할 수 있는 전용도로를 피해서 몇 십 분씩 돌아가는 불편을 작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 불편을 겪어 보지 않아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미국 법원이 흑인을 술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백인의 조치에 대하여 “흑인이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손님들이 위험에 처 할 수 있고, 당해 술집에 출입을 못하게 해도 인근의 다른 술집을 이용할 수 있어 불편이 크지 않으므로 정당하다”라고 한다면 합리적 판단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자동차에게만 불편을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며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다른 OECD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이륜차를 차별하는 법을 입법하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군사독재 시절 만든 이륜차 차별 법을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왔고, 헌법재판소마저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차별을 정당화함으로써,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의 헌법적 권리는 계속 침해되고 있습니다. 법률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을 때,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국민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침해된 기본권을 회복하고자 노력하였음에도 그러한 노력이 모두 무산되고 기본권 침해가 계속된다면,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을 거부하는 저항권이 인정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4.19혁명이나 6.10항쟁을 폭동이라고 부르지 않고 민주화운동이라고 부르는 까닭도 그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도로교통법 제63조를 거부하고 신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하여 경찰의 단속을 자청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검찰에서 이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담당재판부가 지정된다면 법원에 ‘위헌법률재청’을 요청할 것입니다. 법원에서는 도로교통법 제63조로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이 겪는 차별을 헤아려서 위헌법률재청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위헌법률재청요청이 기각된다면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입니다. 이 모든 노력이 또다시 무산된다면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은 지금보다 잃을 것이 없겠지만,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기관이라는 권위는 잃게 될 것입니다.

                                                                               2 0 0 7 . 3 . 1 1 .

                                                                               권   달   술  (인)

                                                                               박   진   서  (인)

                                                                               노   성   도  (인)

                                                                               박   동   성  (인)

출처 : 이륜문화개선운동본부
글쓴이 : 뭉치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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